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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꽃(어느 노인의 기막힌 사랑 이야기) (★)▶[검]

潤盛 2021. 12. 5. 17:11




Music:조각배(색소폰)

지지 않는 꽃
어느 노인의 기막힌
사랑 이야기


바보처럼 나리는 눈을
피하려 한평 남짓한
구두 수선집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문을 열자
담배를 태우다 끄셨는지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퀴퀴한 연기가
작은 환풍기를 통해
다투어 빠져 나갈 때

나이 70 이 넘으신 분이
양다리가 없으신
불구의 몸으로 창 너머
연무한 하늘을
바라보시다가

거북이처럼 다가와
나의 흙 묻은 구두를
품듯이 안으며 닦기
시작했습니다.

불구의 어르신 앞에
다리를 꼬고 앉은
제 행동이 무례한 것
같아



어르신!
힘들게 번 돈 어디에
쓰시나요? 하고,

공손히 여쭙는 나의 말에
나에 눈을 피해
작은 창을 바라보다
밖의 나리는 눈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며
주섬 주섬 말을 찾다가
가슴에 응어리진
긴 지난날의 긴 이야길
나에게 들려주셨습니다

부모님도 아니고,
형제도 아닌 사람에게
신분을 밝히지 못한 채

수십 년 동안
힘들게 번 돈을 한 달에
한번 보내 주는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구두를 닦으면서도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자꾸만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목에 걸려있는
침을 삼키며
상기된 얼굴로 지난날을
말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아주 옛날부터
대대로 물려온
지긋지긋한 가난...

한 마지기 땅으로
9 식구가 사는 집의
장남인 나는

우는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들의 손을 뿌리치고
자유 평화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하여
월남전
(월남과 베트남 전쟁)에
지원해 간 거야~

하지만 더 가슴 아픈 건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보다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가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울며 매달리는
그 여자의 손을 잡고
약속했었지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서 돌아오겠노라고...
그녀가 말하더군,
살아만 오라고...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고
기다리겠다고...



같이 마을
뒷동산에 올랐는데,
작은 몸을 떨며
나를 붙잡고 얼마나
울어대던지...

그리곤 이삼일 후
난 해병대에 지원해
월남으로 파병되었지

그 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어

살기 위하여 싸웠고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죽지 말아야 했지

수없는 전투를 힘들게,
힘들게 살아남으며
편지가 왕래하던 다음 해
지금처럼 눈이 펑펑
내릴 때였어.

귀국을 앞둔
겨울에 마지막 전투에서
벙커로 적의 수류탄이
떨어진 거야

생각할 여지가 없었지.

부모 동생 생각은
안 나고 그 여자 얼굴만
잠깐 보이더군..



그리곤 떨어진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
동료들의 목숨은
구했지

눈을 떠보니 내가
하체가 없는 불구자가
된 거야

통합병원에서
겨우 살아는 났건만
울면서 밤을 지새우며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그 몸으론 사랑하는
여자 앞에 나설 수가
없음을 알았던 거야

고민 끝에
세상에서 제일 슬픈 말을
전해야 했어,

그 여자에게 차라리
내가 전사했다고...

그러고 나서
난 가슴이 찢어져
나리는 것 같아
잠도 밥도 못 먹었지.



그 후 겨울이
두 번 바뀌고 불구자로
제대한 뒤 3년쯤 후에
상처가 아물게 되자

난 그 여자가
보고 싶어 졌어

그때쯤 그 여자가
결혼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

잘 살아주길
기원하면서도
숨어서라도 난 딱 한 번만,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어 졌어.

그러던 어느 겨울
눈도 눈도 왜 그리 많이
내리던지...

그달이
이맘때쯤인가
기적처럼
어느 간이역에서
그녀를 만났어

둘이는 벙어리가 되어
서로 멍청히 서만
있었지

그리고 나서
그 여자의 남편을
보는 순간
난 더 기가 막혔지



그 남편은 나보다도
더한 양손 양다리
모두 없는 불구자
였던 거야

그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인 나를
월남전에서 잃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와의 약속 때문에
나와 처지가 비슷한
그 남자와 결혼한
것이었어.

그 얘길 듣고
난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지

그 남자를
버리라 할 수도 없었고
내게 돌아와 달라
말할 수도 없었어...

그 여자분이
하체가 없는 내 앞에
엎드려 한참을 울더군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해가 질 때쯤

떠나가면서
나에게 말하더군



우리 둘이 약속한
그 뒷동산의 꽃을
내 눈물로 키웠다고....
하지만 살아줘서
고맙다고...

그리곤 뒤로 손 흔들며
내리는 눈 속으로
떠나가 버렸어

그 후로 난 지금까지
웃으며 살아본 적이 없어
그저 그녀와 함께했던
그 동산에 올라

나 자신을 책망하며
살아왔었지

나의 용서를 빌며
인연의 끈을 놓기 싫어
얼마 안 되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돼주고 싶어서

이렇게 해서 번 돈을
그 여자분한테
매월마다 무명으로
보내고 있지...

노인은 그렇게
말을 이여 가면서도
자꾸만 자꾸만
하늘을 보며 눈물을
닦아내고 계셨습니다.



난 구두 수선방을
나서며 나도 모르게

"아아,
이게 무슨 운명에
장난이란 말인가?

아울러
구두 수선방 노인의
애절하고 기막힌 사랑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헌신하는 지극한 정성에
응원을 보냅니다

? 받은 글 再編輯 옮김 ?


우리 벗님들~!
健康조심하시고
親舊들 만나
茶 한잔 (소주 한잔) 나누시는
餘裕롭고 幸福한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