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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秘密番號) (★)▶[검]

潤盛 2020. 5. 9. 09:57




비밀번호(秘密番號)

안녕하세요
저는 이동통신사에서 민원
상담을 하고 있는
이 혜영이라고 합니다

2년이 훨씬 넘게 고객들과
통화를 하면서도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그날따라 불만 고객들이
유난히 많아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임무의 특성상
고객이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해도
저희 쪽에서
할 수 있는 말이란....

'죄송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
다시 조치하겠습니다.'
이런 말 외에
같이 흥분하거나
소릴 지를 수 없거든요

그날은 비까지 오는 데다
컨디션도 많이 안 좋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사정이기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에

제 기분은 뒤로 숨긴 채
인사 맨트를 했죠
목소리로 보아 중학생 정도의
여자애였어요





이혜영: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ㅇㅇ텔레콤 이혜영입니다

고객: 비밀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목소리가 무척 맹랑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혜영:
번호 좀 불러 주시겠어요?

고객: 000*000*0000이요

이혜영: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고객: 난데요 빨리
불러 주세요

나이도 어린것이
엄청 건방지군
이혜영:
가입자가 남자분으로
되어 있으신데요?
본인 아니시죠?

고객: 제 동생인데요
제가 누나니까
빨리 말씀해 주세요

이혜영:
죄송한데 고객분
비밀번호는 명의자 본인이
단말기 소지 후에만
가능하십니다

저희는 밤 열 시까지
근무하니
다시 전화 주시겠어요?

고객: 제 동생 죽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전화를 해요?





가끔 타인이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알려고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전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혜영: 그럼 명의 변경을
하셔야 하니까요

사망진단서와
전화 주신 분 신분증
그리고 미성년자이시니까

부모님 동의서를
팩스로 좀 넣어주세요

고객: 뭐가 그렇게 불편해요.
그냥 알려줘요
너무 막무가내였기 때문에
부모님을 좀 바꿔 달라고 했죠

고객: 아빠 이 여자가
아빠 바꿔 달래
여학생 뒤로 아빠와 엄마
말소리가 들리더군요

고객: 비밀번호
알려 달라고 그래, 빨리





아빠: 여보세요.....
이혜영: 안녕하세요
ㅇㅇ텔레콤인데요

비밀번호
열람 때문에 그러는데
명의자와 통화할 수 있을까요?

아빠: 제 아들이
6개월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앗! 그럼 사실이란 말이야?
그때부터 미안해지더군요
아무 말도 못 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는데 아빠가
딸에게 묻더군요

아빠: 얘야 비밀번호는
왜 알려고 정화했니?
딸이 화난 목소리로

고객: 엄마가 자꾸 혁이
(그 가입자 이름이 김혁이거든요)
호출번호로
인사말 들으면서 계속
울기만 하잖아

그거 비밀번호 알아야만
지운단 말이야
아빠: 비밀번호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혜영: 아, 예....
비밀번호는 명의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명의변경을 하셔야 합니다

의료보험증과
보호자 신분증을 넣어주셔도
가능합니다

아빠: 알겠습니다
저는 '감사합니다'로
맨트 종료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확인 후 전화 주십시오'
라고 말하고 말았죠

아빠: 고맙습니다
이혜영: 아, 예....

그렇게 전화는 끊겼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과
가슴 아픔에
어쩔 줄 몰랐죠

전 통화 종료 후
조심스럽게 호출 번호를
눌러봤죠 역시나...

"안녕하세요,
저 혁인데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맨트가
녹음되어 있더군요
전 조심스레 사서함을
확인해 봤죠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 혁아.... 아빠다....
이렇게 음성을 남겨도
네가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네가 보고 싶어
어쩔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혁아!
아빠가 오늘 네 생각이 나서
술을 마셨다

네가 아빠 술 마시는 거
그렇게 싫어했는데.....
안 춥니? 혁아
아빠 안 보고 싶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이지만
아직도 가끔 생각나는
잊히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 가족을 위해
부족한 저이지만
다시 한번 기도드립니다

이젠 혁이 엄마 더는
울지 않으시길....
절대 잊을 수 없겠지만
이젠 덮어두시고 편히 사시길....

그리고 제 기도가 하늘에
닿을 수 있기를.....


우리 벗님들~!
健康조심하시고
親舊들 만나
茶 한잔 (소주 한잔) 나누시는
餘裕롭고 幸福한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