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조각배(색소폰) 조선 숙종 임금 시대에 있었던 이야기 경기도 파주의 적성 마을에 이재교라는 시골 부자가 살고 있었다. 이재교의 조부는 원래 함경도에 있는 화전민 집에서 태어났다.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면서 떠돌아다니다가, 흘러 흘러서 적성 마을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는 원래 근면 성실한 데다가 의리가 있고 사람들과 교제하기를 좋아했다. 누가 굶는다고 하면 남모르게 자기네 집 저녁 지을 쌀을 퍼다 주는 등 적선을 베풀어 동네 사람들에게 인심을 얻었다. 하지만 워낙 없는 살림에서 시작해서 자기 대에는 겨우 밥술이나 굶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들 대를 거쳐, 손자인 재교 대에 이르러서는, 해마다 추수가 1,000여 석에 이르는 큰 부자가 되었다. 손자 역시 조부와 성품이 비슷해서 그의 집에는 매일같이 빈객들로 가득 찼으며, 어느 날이고 잔치를 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재교의 아내 김 씨 부인은 인근에 있는 문벌은 높으나 가난한 양반의 후처 소생이었다. 후덕하니 생겨 인상이 좋을 뿐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품행도 방정하고 성품도 모나지 않고 좋았다. 그런데, 옥에도 티가 있다고, 시집의 가풍(家風)과 딱 한 가지 맞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손님을 즐기지 않는 것이었다. 아니 즐기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아주 넌더리를 냈다. 그러던 중, 어느 해 사월 초파일을 보름 남짓 남겨둔 때였던가,… 할 일도 없고 무료하기도 하여 낮잠이나 잘까 하여 김 씨 부인이 목침을 찾고 있는데, 스님 한 분이 탁발을 나왔다. “나무 관세음보살, 아무쪼록 자손 창성 (昌盛) 하시고, 빈객들이 온 마당을 가득 채우시기를,……” 운운하면서 덕담으로 염불 시작하는 소리를 들은 김 씨 부인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발끈 화를 냈다. “우리 집에서는 자손들이 창성하라는 말만 하시고, 빈객들이 온 마당을 가득 채우라는 말은 아예 하지도 마시오. 손님들 뒤치다꺼리를 하느라고 머리카락이 모두 다 빠진 다오.” 그러자 스님이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마님!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사람이 모이지 않는 집은 못 씁니다. 제대로 된 집이라면 마땅히 손님들이 북적거려야 하지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김 씨 부인이 화를 벌컥 내면서 입에서 독을 내뿜었다. “이런 땡추 같으니, 듣기도 싫소. 축원도 싫고 발복도 싫소. 어서 다른 집으로 가보시오.” 그러더니 하녀를 불러 앙칼진 목소리로 소금 한 움큼을 내오라고 시켰다. 스님은 그녀가 하는 짓이 매우 괘씸했으나 짐짓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 역정을 내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댁의 사정이 정 그렇다면 손님들이 오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 그래요? 어떤 방법이지요? 그런 방법이 있으면 제발 좀 가르쳐주시오. 시주는 톡톡히 할 테니까.” “제가 말씀드리면 꼭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아, 그럼요. 어서 말씀해보기나 하시오.” “그러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방법은 별것 아닙니다. 이 댁에 손님이 많이 꼬이는 것은 집터 때문이니까요.” “무슨 말씀이신지?” “이 집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저 산을 잠깐 보십시오. 산봉우리에 갓 모양으로 생긴 바위가 있지 않습니까. 저 바위 때문입니다. 그러니 손님 오는 것이 싫으면 바위를 부숴 버리십시오. 그렇게 하면 일 년 안에 손님들이 반으로 줄고, 삼 년 후에는 한 사람도 오지 않게 될 것입니다.” 김 씨 부인은 스님의 그 말이 너무나 달콤하고 좋아서 알랑거리며 다시 물었다. “대사님, 말대로 그렇게 될까요?” “부처님 제자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꼭 좋은 일만 생기란 법은 없습니다.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깊이 생각해서 결정하도록 하십시오.” 뒤의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김 씨 부인은 하녀를 불러 쌀 한 말을 스님께 주도록 일렀다. 시키는 데로 하녀가 쌀을 퍼서는 대문께로 나와보니 스님이 온데간데없었다. 하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는 부인에게 일렀지만, 신이 난 김 씨 부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귓등으로 들었다. 다음날 당장 석수(石手) 쟁이 몇 명을 데려다가 앞산의 갓 바위 부수는 일을 시작했고, 갓 바위는 한 달이 되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데 갓 바위가 사라지는 바로 그날에 남편 재교가 병을 얻어 덜컥 자리에 눕게 되었다. 김 씨 부인은 남편을 살리려고 그야말로 백약을 다 써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외아들 재현이가 자라서 집안 살림을 맡게 되었는데, 그때는 이미 찾아오는 손님들이 한 사람도 없었다. 그것은 재현이 동무들을 잘못 사귀어 주색잡기로 돈을 물 쓰듯이 했고, 전에 없이 해마다 우환과 관재 소동이 일어나 가산이 탕진되었기 때문이다. 집안은 결국 남편 재교가 죽은 지 채 10년이 안 되어 거덜이 났으며 식솔들은 모두 동서남북으로 흩어져서 살게 되었다. 김 씨 부인 주린 배를 안고 아는 집으로 다니면서 눈칫밥을 얻어먹는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우연히 옛날의 그 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옛날에 있었던 일을 뉘우치면서 그 스님에게 애원했다. “대사님, 용서해주세요. 그때 제가 대사님의 충고를 들었더라면 오늘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천만번 죽어도 싸지요. 하지만 제가 지금 너무 힘들게 되었답니다. 저를 좀 살려주십시오.” 스님은 부인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모르는 척 아무 말 없이 그냥 지나쳤다. 부인은 뒤쫓아가서 스님의 소매를 잡고 애걸복걸했다. “적선하는 셈 치고 좀 일러주십시오. 진심으로 크게 후회하고 있으니 용서하시고 미련한 이 인간을 건져 주세요.” 스님은 그대로 서서 부인의 말을 끝까지 듣더니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부인,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이제는 손님 치는 일을 하지 않아서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으시오. 원하는 대로 되었으니 얼마나 행복하시겠소.” 말을 마치더니 걸음을 빨리하여 스님은 도망치듯이 사라졌다. 김 씨 부인은 노여움과 원망과 실망하는 마음이 한꺼번에 북받치면서 울부짖었다. “대사님, 제발 좀 살려주세요.” 그리고는 스님을 쫓아서 허위허위 가다가, 제소리에 놀라서, 번쩍 눈을 뜨니 심부름하는 계집아이가 옆에서 손뼉을 치며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꿈을 꾼 것이었다". 정신을 차리고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난 삼월에 스님이 탁발 왔었던 때부터가 꿈이었다. 꿈속에서 벌어진 일을 생각하니 김 씨 부인은 자기도 모르게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혹시나 해서, 사랑에 나가보니 신랑은 가득 찬 손님들과 술잔을 나누고 담소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인은 여느 때와 달리 미소 띤 얼굴로 일일이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혼잣말을 하며 물러 나왔다. “아이고, 십 년 감수했네! 정말로 다행이다.” 다음 날 동이 트자마자 일어난 부인은 앞산의 생김새를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꿈속에서 그 스님이 말했던 것처럼, 과연! 갓의 형상을 한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부인은 즉시 그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가서 정성껏 기도를 드렸고, 그 후부터는 매년 봄과 가을마다 잊지 않고 찾아가 정성을 다했다. 그런 꿈을 꾸고 난 후부터 부인은 손님이 찾아오면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반드시 손수 나서서 음식상 차리는 일을 지휘했다. 또 누가 찾아오더라도 차별하지 않고 맞아 친절하게 대접했다. 더욱이 가난한 사람이나 걸인들에게는 한층 더 온정을 보였기에 인근에서 가장 인심이 좋은 집으로 유명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그녀의 집안은 가세가 날로 부유해지고 자손들도 낳는 대로 모두 총명하여 파주 인근에서는 제일가는 명문가라는 명망을 얻게 되었다. ? 옮겨 온 글입니다 ? 우리 벗님들~! 健康조심하시고 親舊들 만나 茶 한잔 (소주 한잔) 나누시는 餘裕롭고 幸福한 나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