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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步行)이 신약(神藥) (★)▶[검]

潤盛 2021. 12. 6. 14:42




Music:

보행(步行)이 신약(神藥)

요즘 들어
조 참봉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떠벌리던 말수도
부쩍 줄었다.

거시기가 잘 서지
않는 것이다.
추월관에서 술을 마시고
수기생이 붙여주는
제일 예쁜 기생과

뒷방에 깔아 놓은
금침으로 들어갔건만
식은땀만 흘리다가
얼굴도 못 들고
나와 버렸다.



가끔씩 안방에서
부인도 안아줘야
집안이 편한데

어린 기생한테도
안서는 놈이
부인한테 설쏘냐.

“내 나이
이제 마흔하나.
이렇게 인생이
끝나서는 안 되지.”

조 참봉은
황 의원한테 매달렸다.

백 년 묵은
산삼, 우황, 사향,
해구신에다
청나라에서 들어온

경면주사까지
사 먹느라 문전옥답
열두 마지기가
날아갔다.

그러나 효험은 없었다.



이 기생 저 기생,
그리고 마음 편히
느긋하게 하겠다고
안방마님 치마도
벗겼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황 의원은 이번에
다른 처방을 내렸다.

“조 참봉,
아무리 명약이라도
가슴속에서 불꽃이
타오르지 않으면
허사야.

어부인,
기생들 모두 닳고
닳은 헌것들이잖아.
전인미답의 새것을
품어 봐요.”



조 참봉은
황 의원의 권고대로
논 다섯 마지기를 주고

소작농의
열다섯 숫처녀를 첩실로
맞아들였다.

잔뜩 기대를 했건만
자라목처럼 움츠린
양물은 기어 나올 줄
몰랐다.

조 참봉은
울화통이 치밀어
팔을 걷어붙이고
황 의원을 찾아갔다.

“야 이
돌팔이 새끼야.
네놈은
오늘 내 손에 죽었다.

네놈의 처방을
따르느라 문전옥답
몇 마지기가
날아간 줄 알아?”



황 의원에게
주먹질을 하고도
분이 안 풀려 주막에 가서
술을 퍼마셨지만
취하지 않았다.

삼경이 돼서
뒤뚱뒤뚱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두드리려는데

대문에 딸린
문간방에서 터져 나오는
간드러진 신음소리에
조 참봉은 돌처럼
굳었다.

황소가 진흙 펄 밭을
걸어가는 소리,

커다란 파도처럼
끊임없이 살과 살이
부딪히며 내는
찰싹거리는 울림...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여인의 감창,

조 참봉은 이튿날
행랑아범을 사랑방으로
불러 술 한잔 따르며
물었다.

“자네가 나보다
두 살 인가 많지 아마?”

꿇어앉아
조 참봉의 술잔을 받은
행랑아범은
어찌할 줄 몰랐다.

“그러한 줄
알고 있습니다.”



조 참봉은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자네는 며칠에 한 번씩
밤일을 치르는고?”

“부끄럽습니다.

사흘 터울로….”
조 참봉이 깜짝 놀랐다.
“비결이 뭔가?”

이튿날 행랑아범은
단봇짐 하나 메고,
조 참봉은 맨몸으로
그의 뒤를 따라
집을 나섰다.

첫날은
이십 리도 못 걸었다.



턱과 목이 구분이
안 되는 데다
배는 산더미처럼
솟았고 걸음걸이는
뒤뚱뒤뚱.

평지를 걷는 데도
헉헉 숨이 차고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다.

어둠살이 내릴 때
주막에 들어간 조 참봉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쓰러져 잠들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또 걸으며 조 참봉 왈.
“오랜만에 잠을 푹 잤네.”



그날도 이십 리,
다음날은 고개를 넘느라
시오리를 걸었다.

“자네
혼자 걸으면 하루에….

​ 조 참봉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행랑아범이 답했다.

“고개가
있으면 팔십 리,
평지는 백리쯤 거뜬히
걷지요.”

조 참봉은
헉헉거리며 물었다.
“그 음양수를
마시러 가는데 왜 말을
타면 안 되는 건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말을 타거나
가마를 타고 가서
그걸 마시면 말짱
허사가 됩니다요.”

조 참봉은
한숨을 푹 쉬었다.

“얼마나 가야
그 약을 먹고 약수를
마실 수 있나?”

“참봉 어르신
걸음으로는 석 달 넘게
걸립니다.”

바위에 털썩
주저앉은 조 참봉이
탄식을 하더니만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거짓말이 아니지?”

행랑아범이
단호히 말했다.
“거짓이면 삼 년 치
소인의 새경을 받지
않겠습니다.”

어느 날 소피를
보고 난 조 참봉이
고함을 쳤다.

"보인다, 보여"!
“내 양물이 보이네!”

행랑아범이 씩 웃었다.
올챙이처럼
배가 튀어나와
자신의 양물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 그걸
보게 됐으니 배가 쏙
들어갔다는 소리다.

걸음도 빨라져 하루에
오십 리는 거뜬했다.

걸음에 지쳐
주막에 들어가면
술 한잔 마시지 않고
쓰러져 코를 골았다.

두 달이 돼갈 때
함경도 땅으로 들어가자
조 참봉의 걸음은
더욱 빨라져 하루에
칠십리나 걸었다.

집 떠난 지 두 달
스무 닷새째,
조 참봉이 산속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자



행랑아범이
환약 세알과 표주박에
담긴 물을 건넸다.

환약을 털어 넣고
음양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날 온정리
기생집에 들어갔다.

조 참봉은
참으로 오랜만에 기생을
기절시켰다.

조 참봉은
희색이 만면했다.

“그 명약을 한 번
더 먹고 음양수를….”
행랑아범은 고개를
저었다.



밀양 집으로
돌아갈 땐 당나귀
두 마리를 사서 탔다.

약속대로
조 참봉은 행랑아범에게
삼천 냥을 줬다.

조 참봉이 마신 물은
개울물이었고
먹은 환약은
토끼 똥이었다.

행랑아범은
그 집을 떠나며
이런 글귀를 남겼다.

‘步行(보행)이
神藥(신약)’.~~~~~!

? 출처 : 농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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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