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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빠진 날 (正讀) (★)▶[검]

潤盛 2022. 3. 30. 16:13



Music: 부모 / 하모니카 (반주곡)

귀 빠진 날 (正讀)

친구 생일
축하 모임을 가졌다
코로나도 있고 해서
한동안 어울리지 못했는데

친구들끼리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한 명이 귀 빠진 날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잖아도
다들 마음은
주저주저하면서도
몸 은근질 근질
했는데 좋은 구실이
생긴 거다.

모처럼 모여 한잔 했다.
자연스레 생일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아침에 미역국은
얻어먹었냐”부터

“이제 우리 여생에
생일이 몇 번이나
남았을까”하는
쓸쓸한 대화까지 나누다
생각지 않게 많은 걸
깨닫게 됐다.

쓸데없이
한 친구가 물었다.



“생일을 왜
귀 빠진 날이라고
부르는지 알아?”

“그러게
코나 눈 빠진 날도 아니고,
왜 하필 귀 빠진 날이지?”

태아는 머리부터
세상에 나오는데
산모에겐 그때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산부인과도
제대로 없던 시절,

시골집에서
순산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들은
해산할 때 댓돌 위에
고무신을 벗어놓고

‘내가 다시 저 신을
신을 수 있을까’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태아는 머리가
어깨 너비보다 크다.

그래서 일단 귀가
보이는 게 중요했다.

귀가 빠져나오면
몸통과 다리는 순조롭게
따라 나오니
출산은 다 한 거나
다름없다고 한다.

한 친구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 그런데 생일은
어머니가 가장
고생한 날인데
왜 생일 축하는
저희들끼리만 하지?”

결혼을 해서 아내가
아이를 낳는 걸 보며
생일의 주인공은
자기가 아니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생일에는
꼭 어머니 아버지에게
미역국을 끓여 드리거나
맛있는 걸 사드리고
선물을 드렸다고 한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그의 아이들도
자신의 생일에는
그렇게 따라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결혼 후 내 생일에
부모를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어머니가
멀리 계시긴 하셨지만
아내와 아이들하고만
즐겁고 오붓하게
생일상을 먹었다.

어머니는
오히려 내 생일에는
가족과 좋은 데 가서
외식하라고 전화를
하시곤 했는데

난 정작 어머니에겐
스웨터 하나 선물한
적이 없다.

다른 때는 문안 전화를
곧잘 하면서도
막상 생일에는



“저를 낳느라고 얼마나
힘드셨어요”라는 감사
전화 한 번 한 적이 없다.

생일은
내 것인 줄만 알았다.

친구는
생일 아침에 미역국을
먹는 관습은 출산의
고통을 겪으며 생명을 주신
어머니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의미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귀 빠진 날에는
자기가 미역국을 먹는 게
아니라,

귀를 빼준 어머니에게
미역국을 끓여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진위는 모르겠으나
귀는 귀퉁이에 붙어있어서
‘귀’가 됐다고 한다.



사람이
잘났다고 말할 때
왜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반듯하다고 할까.

눈, 입, 코도 있는데
왜 귀(耳)를 앞세웠을까?

귀는 얼굴의
핵심 지점도 아니고
변방에 달려있는데도
말이다.

그건 그만큼
귀가 소중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맨 앞에 간
거라고 한다.

늘 남과 세상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귀엽다’는 단어는
남의 말을
잘 귀담아듣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라는
우스개까지 곁들였다.

말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만,

듣는 것은 가려들을
수는 없다.

듣는 것은 그래서
신의 뜻이라고 한다.

남이 내 험담을 할 때
‘귀가 가렵다’는
표현을 생각해 보라

입은 하나인데
눈과 귀가 두 개인 건,

말하는 것보다
듣고 보기를 두 배 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공자는 나이 60을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이라 했다.



이는 원래
무슨 말을 들어도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한다는 의미이지만,

무슨 말을 들어도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관용이
진짜 의미라고 한다.

선현들은
나쁜 말을 들으면
곧장 달려가 시냇물에
귀를 씻는다 했다.

난 이순의 나이가
넘었지만 그 경지에
언제나 도달할 수
있으려나.


내 얼굴 귀퉁이에
붙어있지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귀.
많은 걸 생각하고
깨닫게 됐다.

? - 옮긴 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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