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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십종수(八十種樹)(★)▶[검]

潤盛 2022. 4. 27. 17:50



Music: 비내리는 고모령

팔 십종수 (八十種樹)

박목월 선생의 수필
"씨 뿌리기'에
호주머니에
은행열매나 호두를
넣고 다니며

학교 빈터나
뒷산에 뿌리는
노교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유를 묻자,
빈터에 은행나무가
우거지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언제 열매가
달리는 걸을 보겠느냐고
웃자

"누가 따면 어떤가'



다 사람들이
얻을 열매인데 하고
대답했다.

여러 해만에
그 학교를 찾았을 때
키만큼 자란
은행나무와
제법 훤칠하게 자란
호두나무를 보았다.

"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
육십 부 종수 (六十不種樹)
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는
고사가 있다.



심어봤자
그 열매나 재목은
못 보기에 하는 말이다.

송유가 70세 때
고희 연 (古稀宴)을 했다.
감자 열매 선물을 받고
그 씨를 심게 했다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다.

그는 십 년 뒤
감자 열매를 먹고도
십 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떴다.

황 흠 (黃欽)이 80세에
고향에 물러나
지낼 때 종을 시켜
밤나무를 심게 했다.



이웃사람들이
웃었다.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너무 늦은 것 아닐까요?"

황 흠이 대답했다.
"심심해서 그런 걸세,

자손에게 남겨준데도
나쁠 건 없지 않은가?"

10년 뒤에도
황 흠은 건강했고,
그때심은 밤나무에
밤송이가 달렸다.

이웃을 불러 말했다.
"자네이 밤 맛 좀 보게나,



후손을 위해
한일이 날 위한 것이
되어버렸군."

홍 언필 (洪彦弼)
아내가 평양에
세 번 갔다.

어려서 평양감사였던
아버지 송질 (宋軼)
따라갔고,

두 번째는
남편을 따라갔으며,

세 번째는
아들 홍 섬 (洪暹)
따라갔다.



아내가
처음 갔을 때 장난 삼아
감영에 배를 심었고,

두 번째 갔을 때는
그 열매를 따 먹었다,

세 번째 갔을 때는
재목으로 베어 다리를
만들어놓고 돌아왔다.

세 이야기 모두
송천 필담 (松泉筆譚)
나온다.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예순만 넘으면
노인 행세를 하며
공부도 놓고 일도 안 하고
그럭저럭 살다
죽은 날만 기다린다.

100세 시대에
이런 조로 (早老)는 좀
너무하다.

씨를 뿌리면
나무는 자란다.

설사 내가 그 열매를
못 딴들 어떠랴,

후손들이 있는데.

- 정민의 세설신어에서
(2016년 7월 13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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