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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은 콩 [야화] (★)▶[검]

潤盛 2022. 8. 11. 07:41



Music: 지나가는비

벼락부자의 유래 (야화)

조실부모하고
친척 집을 전전하던
순둥이는
부모가 남긴 논 서마지기
문서를 들고 외삼촌
집으로 들어갔다.

​변변치 못한
외삼촌이란 인간은
허구 헌 날
금쪽같은 순둥이의
논 서마지기를 몽땅
날려 버렸다.

​열일곱이 된 순둥이는
외삼촌 집을 나와
오 씨네 머슴으로
들어갔다.



​법 없이도 살아갈
착한 순둥이를
모진 세상은 끊임없이
등쳐 먹었다.

죽으라고 일해
계약된 3년이 꽉 차자,

오 씨는 이런저런
핑계로 새경을 절반으로
깎아 버렸다.

​사람들은 사또에게
고발하라고 했지만.

순둥이는 관가로 가다가
발걸음을 돌려

주막집에서
술을 퍼마시고 분을
삭였다.

​반밖에 못 받았지만
그 새경으로 나지막한
둔덕산을 하나 사고.



골짜기에 한 칸짜리
초가집을 짓고 밤낮으로
둔덕을 일궜다.

“흙은
나를 속이지 않겠지”?

그는 이를 악물고
잡목을 베어 내고
바위를 굴려 내고
돌을 캐냈다.

​한 뼘 한 뼘
밭이 늘어나는 게
너무나 기뻐
어떤 날은 달밤에 혼자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남은 새경이
바닥날 때쯤 한 마지기
남짓 일궈 놓은 밭에
조와 메밀을 심어
양식을 하고,



​겨울이면 읍내에 가서
엽전 몇 닢에
남의 집 통시를 퍼 주고
그 똥통을 메고 와서
밭에 뿌렸다.

​언 땅이 녹자마자
또다시
화전을 일구기를 5년,

둔덕산은 번듯한
밭으로 변했다.

​그해 봄, 순둥이는
콩 세 가마를 장리로
들여와 밭에
심기 시작했다.

콩을 심는 데만 꼬박
이레가 걸렸다.
콩을 다 심고 순둥이는
주막으로 내려가
술을 마셨다.



​부엌에서 일하는
열아홉 살 주모의 질녀
봉선이를 점찍어 두고
가을에 콩을 추수하면
데려다 혼례를 올리겠다고
마음먹고 주모의
귀띔도 받아 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부슬부슬 밤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천지신명(天地神明) 님.”

순둥이는 두 팔을 벌려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해 절했다.

​단비는 땅 깊숙이
스며들어 흙 속의
생명들을 일깨웠다.



이튿날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하늘은 맑고 남풍은 불어
대지를 따뜻하게 데웠다.

며칠 후 노란 콩 싹들이
올라오더니
떡잎을 활짝 펼쳤다.

콩은 쑥쑥 자라
한여름이 오기 전에
땅을 덮었다.

​겨울마다
똥지게로 퍼 나른
인분 거름을 먹고
콩잎은 싱싱하게
팔을 벌렸다.

가을이 되자 콩잎은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고
포기마다 주렁주렁
콩만 남았다.



순둥이의
입이 귀에 걸렸다.

​순둥이는 콩을 뽑아
둔덕 위에 쌓기 시작했다.

달을 보며 별을 보며
콩을 뽑아도 힘든
줄을 몰랐다.

“이모(姨母)가 이거
갖다 주라고 합디다.”

봉선이가 노란
저고리를 차려입고
한 손엔 막걸리
호리병을,

또 한 손엔
찐 고구마를 들고
콩밭에 왔다.

“봉선아.
나는 부자(富者)여!~

이 콩이 마른 후
타작을 하면 스무 섬은
나올 거야.”!!



​호리 병째로 벌컥벌컥
막걸리를 들이켠
순둥이는 와락 봉선이를
껴안았다.

입이 입에 틀어 막혀
말을 못 하고 손으로
토닥토닥 순둥이
가슴을 치던 봉선이 손이
어느새 순둥이 목을
감싸 안았다.

​순둥이의 억센 손이
봉선이의 치마를 올리고
고쟁이를 벗겨 내렸다.

순둥이는 윗옷을 벗어
콩 더미 옆에 깔고
봉선이를 눕혔다.

​달빛을 머금은
스물다섯 순둥이의
구릿빛 등짝과
엉덩이가 물결치자
봉선이는 가쁜 숨만
몰아 뿜었다.



​순둥이는 마지막
큰 숨을 토해 내고
옆으로 쓰러지며 구수한
흙냄새를 맡았다.

​어머니의
젖 냄새 같기도 하고
아버지 등짝에 업혔을 때의
땀 냄새 같기도 한
흙냄새!

​그는 흙을 한 움큼 쥐고
소리쳤다.

“봉선아,
이건 황금(黃金)이여.”

​옷매무새를
고쳐 입은 봉선이는
부끄러운 듯
빈 호리병을 들고
휑하니 가 버렸다.
​바닥에 깔았던
순둥이의 옷에 선명한
붉은 핏자국이 아직도
비린내를 뿜었다.



순둥이가
콩을 뽑아 둔덕 위에
쌓아 올린 더미가
집채보다 커졌다.

가을볕에
콩은 말라 갔다.

​콩깍지가 저절로
벌어질 때쯤
멍석을 대여섯 장 깔고
타작을 할 참이다.

​순둥이가
주막(酒幕)에서
점심(點心)을 먹을
때였다.

“짜자 짜자 짱!”

"쿠르 르 카아 캉 캉캉~!!!"

하늘을 찢고
땅을 가를 듯이 마른
번개가 네댓 차례나
내리쳤다.



​“순둥이 여기 있는가.

빨리 나와 봐.”

고함 소리에 뛰쳐나간
순둥이는 얼어붙었다.

​멀리 둔덕에 쌓아 둔
콩 더미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이다.

​순둥이가 달려가고
동네 사람들이 뒤따랐지만
마른 콩 더미의 불길은
아무도 잡을 수가 없었다.

새까만 숯덩이만 남은
둔덕에서 순둥이는
“하늘도 나를 속이고
땅도 나를 속이는구나”



​짐승처럼 울부짖고,

봉선이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동네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순둥이는 목을 매려다.••

봉선이 입덧을 하는 통에
생각을 바꿨다.

​술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검은 두건을 쓰고
긴 수염을 늘어뜨린 채
옥색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노인 한 분이 주막으로
찾아왔다.



​“벼락 맞은
콩 주인장 계시오.

소문을 듣고
찾아왔소이다.”

순둥이가 나가자,

범상치 않은
그 노인은 새까맣게 탄
콩 한 자루를 쓸어 담아
데려온 사동(私童)의
등에 얹었다.

“준비(準備) 해 온
돈이 이것뿐이요.

​벼락 맞은 콩은 자고로
진귀(珍貴) 한
명약(名藥)이요.

내 이것으로 시험(試驗)
해 보고 다시 오리다.”

​그가 떠난 후
받은 전대를 열어 본
순둥이는 깜짝 놀랐다.

콩 열섬 값이 넘었다.



소문을 듣고
팔도강산의
명의(名醫)들이 쉼 없이
찾아왔다.

​순둥이는
새까맣게 탄 콩 가마니를
쌓아 두고 찾아온
의원(醫員) 들에게 팔았다.

​벼락 맞은 콩은
욕창·등창·문둥병에
특효약(特效藥)
이었다.



​동짓달 스무이레,

그날따라
봄날처럼 따뜻했다.

온 동네 잔치판이
벌어졌다.

​순둥이와
배가 살짝 부른 봉선이의
혼례(婚禮) 날이었다.

​그 이후 순둥이가
벼락 맞은 콩을 팔아
부자가 된 것에서 유래해
'벼락부자라'는
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 좋은 글 중에서 🔶






우리 벗님들~!
健康조심하시고
親舊들 만나
茶 한잔 (소주 한잔) 나누시는
餘裕롭고 幸福한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