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도시락 두 개(★)▶[검]

潤盛 2022. 9. 14. 16:47



Music: 지나가는비

도시락 두 개

“엄마...
나 오늘부터 도시락
두 개 싸 줘... 한 개로
부족하단 말이야 “

아이가 요즘
부쩍 크려고 그러는지
밥 타령을 하네요.

도시락도 하나 따로
준비해 놓고 반찬도
이것저것 담아 놓고선
바라보고 섰습니다.

도시락 하나
더 싸는 게 이리도
힘들까 싶어서요.

1


매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며
늦게 오던 아들이
오늘은 시험을 치고
일찍 집으로
왔습니다.

도시락 가방을
현관에 놓고선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런데
도시락 하나는
그대로 가져왔네요.

오늘은 배가
덜 고팠나 싶어 방으로
들어가 보니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2


"지석아! 왜 그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

고개를 들어
제 가슴에 안기더니
그제야 큰 소리로
울어버리는 아들.

그동안 하나 더 싸간
도시락은 아들의 짝꿍이
집안 사정으로 도시락을
못 싸 오게 되어 싸다 준
거라는 말을 하며
울먹였습니다.

3


“근데 오늘은
왜 그냥 가져왔니? “라고
묻는 말에 친구 엄마가
암 수술을 하는 날이라
어젯밤 병원에서
꼬박 새우느라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는 아들의
말이었습니다.

이제껏
힘든 친구를 위해
학교를 마치고선 같이
병원에 가 병간호를
해줬다는 말도
함께요.

“그랬구나. 친구가
아주 힘들었겠구나. “

4


애써 아들의 등을
토닥거린 후
부엌에 와서 한참을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동안 친구
도시락 싸가랴,

병원에서
간병인 노릇 하랴,

이젠 남의 아픔도
헤아릴 줄 아는 아들이
대견스러워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요.

비 오는 저녁 오늘도
아들은 늦나 봅니다.

5


아홉 시가
넘었는데 말이죠.

열 시가 다 되어서야
파김치가 되어 들어온
아들은 더 걸어갈
힘이 없는지 현관 앞에
주저앉고 맙니다.

“울 아들
오늘도 고생했네...”

“엄마..
수술은 잘 되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근데....

말끝을 흐리든
아들의 눈빛은 무언가
말하고 싶은
애절함으로 저를 향해
있었습니다.

6


“친구가
초등학교 다니는
남동생이 둘이나 있대...”

“그렇구나”

말을 잇지 못하고
등을 보인 채 너털 너털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제 맘엔

아들의 그림자 위로
겹쳐지는 알 수 없는
애잔함이 다가왔습니다.

7


며칠 후 집에 온
아들이 호들갑을 떨며
“엄마,,,, 친구 집에
웬 아주머니가
찾아와서는 김치와
음식들을 한 아름
주고 가셨대. “

“헐.. 대박!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그렇지 엄마!
야호…. 신난다.

저렇게 신난 아들의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8


일요일이 두 번
더 지난 한가로운 오후
“엄마,,, 엄마,,,
친구가 그러는데

그 아주머니가
또 나타나셨는데...

이번에는
음식뿐만 아니라 집 안
구석구석 청소까지
다 해 주시고 가셨대..

진짜 대박이지,,,
그렇지 엄마..
그 아주머니 천사다,
그렇지?.. “

9


연신 그 아주머니
칭찬에 침이 말라 가는
아들을 보고선

“너 그러다
그 아주머니를 이 엄마보다
더 좋아하겠다? “

“벌써 그 아주머니
팬이 되었는걸요.

아마 조만간에
엄마보다 더 좋아질
것 같은데요.... “

“뭐야?
이놈의 자식이.....”

10


그렇게 아들은
매일매일 특종을 실어
나르는 신문기자처럼
친구네 집 소식을
저에게 전하는 게
일이 되어갔습니다.

노을이
구름에 업혀 가는
해 질 녘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저의 핸드폰으로
아들이 보낸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을 방금
보았다고요……“

11


친구네 집에서 나오는
저의 모습을
아들이 본 것 같네요.

“띠 릭.. “
다시 또 울리는
아들의 문자

“행복을 퍼주는
우리 엄마..
내 엄마라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

필요한 자리,
그 자리에 있어 주는
행복 나무 씨앗은
나누면 커지나 봐요.

12


어느새 내 마음에
심어져 있는 '행복 나무',

아들과 함께 예쁘게
키워 보렵니다.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중에서






우리 벗님들~!
健康조심하시고
親舊들 만나
茶 한잔 (소주 한잔) 나누시는
餘裕롭고 幸福한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