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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씨와 이 씨 (★)▶[검]

潤盛 2020. 5. 4. 14:54




오 씨와 이 씨
교훈적인 이야기 / 훈훈한 이야기


오 씨와 이 씨는
앞뒷집에 사는 데다
동갑이라
어릴 때부터 네 집 내 집이
따로 없이 형제처럼
함께 뒹굴며 자랐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장가를 들었지만
오 씨 마누라는
가을 무 뽑듯이 아들을
쑥쑥 뽑아내는데



뒷집
이 씨네는 아들이고
딸이고 감감소식이다.

의원을 찾아
온갖 약을 지어먹었지만
백약이 무효다.

설이 다가와 두 사람은
대목장을 보러 갔다.

오 씨가
아이들 신발도 사고,
아이들이 뚫어놓은 문에
새로 바를 창호지
사는 걸 이 씨는 부럽게
바라봤다.



대목장을 다 본
두 사람은
대폿집에 들러 거하게
뚝배기 잔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앞집 오씨네 아들 셋은
동구 밖까지 나와
아버지 보따리를
나눠 들고 집으로 들어가
떠들썩하게
자기 신발을 신어보고
야단인데 뒷집 이 씨네는
적막강산이다.



제수를 부엌에
던진 이 씨는
창호를 손으로 뜯으며

"이놈의 문은
3년이 가도 5년이 가도
구멍 하나 안 나니…"

라고 소리치다
발을 뻗치고 울었다.

이 씨 마누라도
부엌에서 앞치마를
흠씬 적셨다.

설날은 여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이다.

그믐날 밤에도 한두 시간
눈을 붙일까 말까 한 데다
설날은 꼭두새벽부터
차례상 차린다,



세배꾼들 상 차린다.
친척들 술상 차린다.
정신이 없다.

설날 저녁,
주막에서는 동네
남정네들의 윷판이
벌어졌다.

이 씨는 오 씨를
뒷방으로 끌고 가
호젓이 단둘이서 술상을
마주했다.

이 씨가
오 씨의 손을
두 손으로 덥석 잡고
애원했다.



"내 청을
뿌리치지 말게."

"무슨 일인가?
자네를 위한 일이라면
살인 빼고는
무엇이든 하겠네!"

이 씨가 오 씨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자
오 씨는 화들짝 놀라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안돼,
그건 안되네!"

이 씨는 울상이 돼 말했다.



"이 사람아!
하루 이틀에 나온
생각이 아닐세.

천지신명과 자네와 나,
이렇게 셋만이 아는 일.
내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이 씨는 통사정을 하고
오 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연거푸 동동주
석 잔을 들이켰다.

밤은 깊어 삼경인데
피곤에 절어
이 씨 마누라는 안방에서
곯아떨어졌다.



안방 문을 열고
슬며시 들어와 옷을 벗고
이 씨 마누라를 껴안은
사람은 이 씨가 아니라
오 씨였다.

확 풍기는 술냄새에
고개를 돌리고
잠에 취해 비몽사몽간에
고쟁이도 안 벗은 채
이 씨 마누라는 다리를
벌리고 일을 치렀다.

이 씨 마누라가
다시 깊은 잠 속으로
빠진 걸 보고
오 씨는 슬며시 안방에서
빠져나오고
이 씨가 들어갔다.



모심을 무렵
이씨 마누라는 입덧을
하더니 추수가 끝나자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다.

이씨 마누라는
감격에 겨워 흐느껴 울었다.
요 녀석이 자라면서
신언서판이 뛰어났다.

오 씨는 틈만 나면
담 너머로 이 씨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오 씨가 어느 날
서당에 들렀더니
훈장은 출타하고

일곱 살 난
이 씨 아들이 훈장을
대신해 학동들에게
소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학동들 사이엔
열 살, 열두 살,
열다섯 살인 오 씨 아들
셋도 끼어 있었다.

어느 날 이 씨와
오 씨가 장에 가는데,
길에서 만난 훈장이
이 씨를 보고

"아들이 천재요.
내년엔 초시를 보도록
합시다."

오 씨는 속이 뒤집혔다.



며칠 후 오 씨가
이 씨를 데리고 주막에 가서
벌컥벌컥 술을 마시더니
느닷없이 말했다.

"내 아들, 돌려주게."

단호하게 쏜
한마디가 비수처럼
이 씨의 가슴에
꽂혔다.

몇 날 며칠을 두고
둘은 멱살잡이를 하다가
술잔을 놓고 밤새도록
말다툼을 하다가
마침내 사또 앞까지 가는
송사가 됐다.



오 씨는 천륜을 앞세우고
이 씨는 약조를 앞세우며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또도 선뜻
결정할 수가 없었다.

사또가 이 씨
아들을 데려오게 했다.

자초지종을
다 얘기하고 나서
사또가 물었다.

"네 생각은 어떠냐?"

일곱 살 그 녀석은
하늘을 쳐다보고 눈물을
훔치더니 말했다.

"지난봄에
모심기할 때 앞집에서
모가 모자라,
우리 집 남는 모를
얻어가 심었습니다.



가을 추수할 때
우리 집에서는 앞집에 대고
우리 모를 심어
추수한 나락을 내놓으라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또는 큰소리로 말했다.

"재판 끝!
쾅~

오 씨는 듣거라!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헛소리를 할 땐
곤장을 각오하라."

"아버지,
집으로 갑시다.

아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며 이 씨는
눈물이 앞을 가려
몇 번이나 걸음을
멈췄다."

정말 기가 막힌
명 판결이네요.

씨앗만
제공했다고 내 곡식이
아니죠~^^ㅎ


우리 벗님들~!
재미나게 읽어 셨나요.
健康조심하시고
親舊들 만나
茶 한잔 (소주 한잔) 나누시는
餘裕롭고 幸福한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