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증발!
여행을 다녀온
아내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내는 누구한테서 들었는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여보, 여보!”
부르며 요란을 떨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사는 어머니에게
아들 내외가
살림을 합치자고
제의하였다.
외로움에 지쳐가던
어머니가 흔쾌히
받아들인 게 올봄의 일이었다.
세 살짜리 손자를
돌보는 것이
할머니에겐 무엇보다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
전셋집에 살던 아들은
셋돈을 올려달라는
주인집 요구와 아이 육아로
골머리를 앓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어머니를
모시자는 남편의 말에
아내는 한사코
반대했다.
처음부터
고부간은 피차 살갑지
못한 터였다.
살림을 보살펴주던
친정어머니가
작년 겨울 빙판에
미끄러져 앓아눕고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아들 내외는
맞벌이 부부로 아파트
하나 장만하려고 애를 썼다.
전세 돈을 빼어
은행에 저축하고
아이 육아와 살림을
시어머니에게 맡기며
아들 내외는
시름을 덜었다.
고부 사이는 한동안
다정한 듯 보였고
어머니도 만족하였다.
사람은 가까울수록
조심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운한
감정이 생겼다.
아들, 며느리가
생활비를
댄다며 생색을 냈고,
어머니는 그것이
못마땅했다.
어느 날
아파트 놀이터에서
할머니가 한눈을 파는 사이
손자가 넘어지면서
팔뼈가 부러졌다,
할머니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허겁지겁 손자를 업고
소아과에 가서
깁스를 했다.
며느리가 먼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다.
직장에서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지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팔이 부러졌다는
이야기를
아들에게만 알렸다.
아들은 크게 탓하지
않는 눈치였다.
며느리가
칭얼대는 아이의
팔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얘가 왜 이래요?”
말을 거칠게
쏘아붙이며 아이를
끌어안았다.
“넘어져서 뼈에 금이
갔다는구나.”
시어머니는
별것도 아닌 듯이 말했다.
"휙"돌아서던 며느리가
손바닥을 쳐들더니
시어머니의 뺨을 갈겼다.
“아이나 잘 보지 않고.”
시어머니는
눈앞이 번쩍하더니
순간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 나오지 않고
눈물이 쏟아지려 했다.
가까스로 안방에
들어와 방바닥에 쓰러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날 밤 할머니는
아들에게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대했다.
어떻게 할까?
아범에게 얘기를 할까?
그랬다간
부부싸움이 날 테고,
도무지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시어머니는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면서 혼자서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부동산중개소를 찾아가
집을 팔아달라고
내놓았다.
시세보다
헐한 가격으로
속히 매매할 수 있도록
신신당부를 하였다.
아들 내외에게는
비밀로 하며,
어떤 낌새를 차리지
못하도록 조심하였다.
가슴속에서는
부글부글 화가 치밀었다.
무심한 아들도
며느리처럼 미웠다.
아들과 같이 살다 어떤
곤욕을 치를지 몰랐다.
무엇보다 괘씸해서 한시라도
함께 있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어렸을 적
고향 동네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여름방학을 보내라고
시골 고향에
아이를 보냈는데,
아이가 그만 냇가에서
헤엄을 치다
익사한 것이다.
어미의 슬픔을
누가 헤아릴 수 있으리?
할아버지는
정신이 나가 헛소리를
하고 다녔다.
그러나 며느리는
애간장이 끊어지는
슬픔을 견디며
시부모를 탓하지
않았다고 했다.
헌데 제 자식 팔 좀
부러졌다고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며느리가 있다니.
일주일이 안 되어 아파트
매매가 이루어졌다.
시어머니는 그날 밤
깊은 시각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몇 가지 입을
옷만 가지고 떠났다.
어디로 갔는지
짐작할 단서 하나
남기지 않았다.
아들 내외는
처음엔 친정에라도
가셨으리라 생각했다.
이틀이 지나
웬 낯선 사람이
부동산 중개사와
함께 와서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
아들 내외는
매매계약서를 보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며느리는
자신의 행동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곳저곳
연락을 해보았지만,
어머니의 행방은
묘연하였다.
수군수군 별의별
소문이 퍼졌다.
아들 내외는 전세방을
얻어
그 집을 떠났다.
아들은 왜
어머니가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
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어머니에게
소홀하게 대한 것을
자책해보았으나,
아내가 어머니의 뺨을
갈겼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시어머니는 지금쯤
강원도 오지
실버타운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는지,
이들 가족이
화해할 방법은 없는지
모르겠다.
주변에선 그녀가
다시는 아들 내외에게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이 싸움의 승자는
누구인가?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두 패배자다.
아들마저 씻지 못할
불효를 저질렀다.
씁쓸하지만
시어머니의 통쾌한 반격이
이 여인으로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벗님들~!
健康조심하시고
親舊들 만나
茶 한잔 (소주 한잔) 나누시는
餘裕롭고 幸福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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