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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의 손님 평가◈
(妓家評客)[설화]
(妓家評客)
한 고을에
매우 영리한 기생이 있었다.
그녀는 고을에서도
이름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그 집은 항상
손님들로 떠들썩했다.
하루는 기생이
늘 찾아오는 한 선비와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조금 뒤 두 손님이 들어오자
다시 반갑게 맞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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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제 일진이 좋은가 보군요.
마 장군(馬將軍)과
우 별감(禹別監)이
오래간만에 이렇게 오셨네요.
어서 올라오시지요."
기생은 두 손님을 들이면서
먼저 와 있던
선비와 합석을 시키고는
술상을 내왔다.
그런데 먼저 와 있던 선비는
지금 온 두 사람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나,
몇 번 만난 적은 있어
서로 인사를
나눌 정도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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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들의 성씨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기생이 말하던
'마 씨'와 '우 씨'는
아니었던지라
의문을 가졌지만
그 자리에서
물어보지는 않았다.
기생이
그들에게 술을 권하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또다시 두 사람이
대문을 밀고 들어섰다.
이에 기생은
역시 반가운 얼굴로
뛰어나가며,
"여초관(呂哨官)과
"최서방(崔書房)도
오시는군요."
라고 말하면서
술자리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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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제일 먼저 와 있던 선비는
또다시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들어온 두 사람도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라
그들의 성씨를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역시 기생이 부르던
'여씨'와 '최 씨'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다.
네 사람 모두
내가 알고 있는 성씨와
다르게 부르는데,
이 기생이
무슨 은어(隱語)를
쓰는 건가?
아니면 내 기억이
잘못된 건가?'
선비는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역시 그 자리에서
물어보기 쑥스러워 함께 술만
마시면서 잠자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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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기생은
선비와 네 손님에게 많은
술과 좋은 안주를
권하여 모두들 얼큰하게
취했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즐겁게 어울리다가,
뒤에 왔던 네 사람이
먼저 일어나 가면서,
"우리들은 먼저 물러갑니다.
생원은
재미 많이 보구려." 하고는
야릇한 웃음을
남기고 물러가는 것이었다.
그들이 돌아가자
선비는 기생에게 물었다.
"내 아무래도 의문이
풀리지 않아
한 가지 물어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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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조금 전 왔다간
그 네 사람의 성씨를
잘 모르고 있는 거 아닌가?
내 일찍이 그들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내는데,
내가 알고 있는 그 성씨와
자네가 부르던 성씨가
모두 달라서 하는 말일세."
이렇게
선비가 진지하게 묻자,
기생은 깔깔대고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그분들은 모두 소녀와
여러 번 잠자리를 해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소녀가 그 경험을
가지고 붙인
성씨(姓氏)
들이지요.
이제 그 설명을 해드릴 테니
한번 들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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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생은 선비에게
술을 한 잔
권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 '마 장군'
이란 분은
몸집도 크고 양근 또한
어지간히 커서
말 물건만 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고,
'여초관'
이란 분은
몸집은 작은데 물건은
엄청나게 커서
당나귀와 비슷하니
'여(驢)
초관'이라 한 것인데,
그 글자의 성씨가 없어
다만 음이 같은
'여(呂) 1)'로
바꾼 것입니다.
1)여(驢) : 나귀 려.
그리고
'우 별감'
이란 분은
내 배 위로 올라가서 일을
시작하자마자
그대로 끝내 버리니,
소를 닮았다 하여
'우(牛) 2)
별감'이라 불렀는데,
2) 소는 삽입과 동시에
사정이 일어남
역시 음이 같은 우(禹)로
바꾼 것이며,
나머지 한 분은 계속
내 배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불안해하니,
참새를 닮았다 하여
'작(雀) 3)
서방'이라 불렀는데,
글자가 닮은 최(崔)로
바꾼 것이랍니다."
3) 작(雀) : 참새 작.
이에 선비는
한 참 동안 웃다가 물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어찌 되는지 말해 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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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서방님은
실속은 전혀 없으면서
날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연히 왔다가
공연히 돌아가는,
다시 말해서
허송세월만 하시는 분이니
당연히 '허(虛) 4)
생원'이라
부르고 있지요.
4)허(虛) : 빌 허.
그러나 이 글자 역시
성씨가 없어
'허생원(許生員)
으로 바꿨답니다."
하면서 기생은
선비를
바라보고 웃었다 한다.
우리 벗님들~!
健康조심하시고
親舊들 만나
茶 한잔 (소주 한잔) 나누시는
餘裕롭고 幸福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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