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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제?(★)▶[검]

潤盛 2022. 11. 15. 17:51



Music: 지나가는비

알 제?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행복할
거라고 믿는
제 남편은

책장을 넘기듯
하루 한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며 새벽을
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경상도 토박이
하고도 뼛속까지
경상도 피가 흐르는
그런 남자라서 그런지
15년을 같이
살고 있지만,

사랑한다는
소리 한번 못 들어
봤답니다.



멋대가리가
없어도
너무 없다 보니
집에 와도

“내 왔다”
“밥도”
“불 꺼라”

세 마디 이상
들어본 적이
없고요,

어제는 멍하니
티비만 보고 있는
남편 옆에서
과일을 깎으며

“여보,
요즘 회사 일은
어때요?”
라고 물어도

제 얼굴을 한번
빤히 쳐다보고는
티비만 보고
있더라고요.



그때 온종일
울려댈 줄 모르는
남편을 닮은
전화기가
울먹이는 소리에

냉큼 전화기를
들은 남편의 입에서
“어무이요!
밥 잡샤습미꺼? ”
​“...... “

“그 뭐시라꼬예,

돌아오는 토요일
지수 오매 하고
내려가서 퍼떡
해치우겠심더“

하고는
전화기를 끊더니

“들었제?”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더라고요.



​저는 낮에 뜬
달처럼 어이가 없고
기가 찼지만
불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기에

아내의
본분을 다하고자
과일을 들고
방으로 따라
들어갔지만,

본 척 만 척
티비에 나오는
개그맨들이 내는
퀴즈를 들으며
웃음보를 잡고
있더라고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경상도
버전으로
다섯 자로 줄이면? “

남편은 놓칠세라
“사랑한데이”
라고 허공에
질러대는 소리에

“어~ 당신
잘 알면서
어찌 나한데 한 번도
안 해주나 몰라”

라는 제 말은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다시 텔레비전에
몰입하던 남편은



“두 자로 줄이면?”
이라는 소리에 저는
“뭐지? 뭘까?” 라며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을 때

남편은 큰 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알제? 아이가….
하하하“

맞춘 자신이
대단하다는 듯
큰소리 내어
웃더니

리모컨을
사정없이
눌러 꺼 버리고는



“불 꺼라 “

집에 와서
제일 마지막에
하는 그 말을

어둠이 배어있는
천장에 뱉어놓고
있을 때

제 마음은
주머니 속 동전처럼
작아지고만
있었답니다.

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라는 듯
멈춰 서지 않는
시간들이 흘러

지나간
어느 날 약속을 한
새끼손가락처럼
아침을 열고 나가는
남편의 입에서

“오늘부터
내 좀 늦을 끼다 “



“늦게까지
한다고 못 버는 돈이
더 들어오려나 몰라”

라고 빈정대는
제 말은 아랑곳없이

구름 속에 사연을
숨겨둔 사람처럼
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한 계절이
머물다간
하늘 위로 햇살이
숨겨둔 물감이 나오는
가을을 따라
빽빽한 책장
한 장 넘긴 자리를
더듬어 찾아온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띠리 리리...“

아침 일찍 걸려 온
엄마의 전화를
안방으로 들어가
받고 있던 저는
빛을 향해 뻗어 가는
새순처럼

엄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대롱대롱 눈물방울을
매달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옷소매로 눈물을
지우며 거실로 나온
제 가슴에

땅속에서 숨죽인
시간을 걸어 피어난
파란 새싹 같은
꽃송이를 한 아름
안겨주더니

“생일 축하한데이...”

회사를 마친 남편은
한 달 여일 동안
엄마가 있는 병실로
찾아가 병간호를
하고 있었고,



돈이 없는
오빠 대신
퇴원 병원비까지
계산했다는
엄마의 말에

저는 남편의
가슴에 안겨
못다 흘린 눈물을
한없이 흘리고
있었습니다.

“여보, 고마워 “

​“그게 고마운 일이가?
당연한 일이제... “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내 남편이
오늘도 책장에
한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으며



“여보,

등때기가
와 이리 무겁노?”

“잠깐만,

등 뒤에
뭘 이런 걸 부치고
다녀요? “ 라며
흰 봉투를 떼어
열어본 순간

제주도
여행권 두 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아니 여보
이게 뭐예요? “

사랑을
사랑한 사람처럼
웃어 보이더니

“아프셔서
칠순을 그냥 병원에서
보내셨는데
당신이 모시고
제주도 여행 한번
다녀오라꼬 “

“여보,

정말 정말
고마워요."



"근데 당신
오늘 내 생일인데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갈 거예요? “

라며 배고픈
우체통처럼
내뱉는 저를 피해
도망치듯 문을
열고 나간 남편이

다시 문을
빼꼼히 열고선
한마디를 뱉어놓고
있었습니다.

​“알제?”
당신을 사랑합니다
두 글자로 줄임말


당신의 '알 제'
응원합니다.

🔶 좋은 글 중에서 🔶

編輯 : 潤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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