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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 가래 (★)▶[검]

Music: 여정 삿 가래 詩 : 釜山 정 원도 등 굽은 대추나무에 기대고 서있다 눈은 쳐다보다가 내리감고 있으며 댓잎을 울리며 지나가던 세월의 바람이 붉은 삿 가래를 서걱거리며 어루만진다. 새 보들의 논둑길 오선지에 물고랑 소리는 장대 삿 가래 지휘봉에 봄날이 출렁인다. 황새걸음은 논물에 비취건만 아버지의 걸음은 흙 담장 안에 걸려 있다. 흘러가는 도랑물은 아주 가버리지도 않고 뒤돌아보며 소리 없이 귓전에 머무는데 삿 가래가 걸친 나뭇가지는 푸른 오월을 초록눈에 넣고 깊은 묵상에 잠겨있다. 남산의 그림자가 앞마당에 드러누우면 오월의 개구리 합창하는 소리는 별빛에 걸려 있고 텅 빈 사랑방의 아버지 코 고는 소리가 삿 가래에 걸린 하얀 달빛에 매달려 달랑거린다. *삿 가래:작은 가래 경북. 함경북도 방언 ..

카테고리 없음 2022.03.24

봄바람난 년들-시인 권나현 (★)▶[검]

Music: 연분홍 사랑/백남숙 봄 바람난 년들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 보다 매운 겨울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 넘어갈 재주가 있당가? 아이고~ 말도 마소! 어디 매화년 뿐이 것소 봄에 피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딩이를 들썩 대는디 아랫말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쩡 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 마른 제비꽃 년들까정 난리도 아녀라 워매 워매 ~ 쩌그 진달래 년 주딩이 좀보소?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참말로 수상한 시절이여 여그 저그 온 천지가 난리도 아니구만 그려 ~ 워쩔 수 없제 잡는다고 되것어 말린다고 되것어 암만 고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안 혀라 보소 시방이라고 있을 때가 아니랑게 바람난 꽃년들..

카테고리 없음 2022.03.24

성인(聖人)의 길(家族) (★)▶[검]

Music: 고향무정 성인(聖人)의 길(家族) 밖에서 尊敬(존경)을 받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家族으로부터 尊敬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밖에서 認定(인정)을 받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기 아내로부터 認定을 받는 남편은 드물다. 서로 모르는 타인끼리 만나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과 더불어 온전한 인격 속에서 한 점의 거짓도 없이 서로서로의 약속을 신성(神聖)하게 받아들이고, 손과 발이 닳을 때까지 노동으로 밥을 벌어먹으면서 서로 사랑하며 아끼면서 살다가, 마치 하나의 낡은 衣服(의복)이 불에 타 사라지듯이 감사하는 생활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家族이라면, 그들은 이미 家族이 아니라 하나의 성인(聖人)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가정이야말로 하나의 嚴格(엄격)한 수도원인 셈이다. 그 가정에서..

카테고리 없음 2022.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