貞節婦人의 정문(旌門) 무과에 급제해 부산으로 발령받아 내려가던 조익 [趙翼, 1579 ~ 1655]이 밀양에서 날이 저물어 하룻밤을 주막에서 묵어가는데 술을 한잔 하자 불현듯 지난 일이 떠올랐다 ‘십여 년 전 서당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 박주현의 고향이 밀양이었지 그때 참 친하게 지냈는데 밀양에서 뼈대 있는 집안이라 그 집을 찾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대궐 같은 박주현의 집 솟을대문 (행랑채의 지붕보다 높이 솟게 지은 대문) 을 두드렸다. 하인들의 안내를 받아 사랑방에 좌정하자 소복을 입은 젊은 부인이 나와 인사를 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박주현은 한 달 전에 죽었고 소복 입은 부인은 바로 박주현의 미망인이었다. 안방 옆 곁방에 차려 놓은 빈소에서 조익이 절을 올릴 때 미망인은 섧게 곡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