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斷想) 일흔의 고희연(古稀宴) 때 10년의 덤. 여든까지만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소망 부질 없는 욕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남몰래 조심스레 가슴에 품었었는데 이제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새 날이 밝아 여든 고개에 오른 하얀 늙은이가 되었다. 내가 흘려 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도망쳐온 것도 아닌데 세월이 제 자랑하며 흘러 버렸으니 靑春이란 꽃밭은 아득히 멀어져 잊혀지고 흰머리 잔주름에 검버섯 같은 허무만 남았다. 이제 갈 길은 외줄기, 피할 수 없을 바에는 홀가분하게 그 길을 걷자. 貪慾과 我執 버겁고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가벼운 몸 즐거운 마음이면 좋지 않겠나. 그저 하루 하루 즐겁고 堂堂하게 걸으면 되지 않겠나. 고운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 지금 까지 한 세월이 바람처럼 흘렀듯, 또 10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