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락 (獨樂) 늙는다는 것은 분명 서러운 일이다. 늙었지만 손끝에 일이 있으면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쥐고 있던 일거리를 놓고 뒷방 구석으로 쓸쓸하게 밀려나는 현상을 ‘은퇴’라는 고급스러운 낱말로 포장하지만, 뒤집어 보면 처절한 고독과 단절이 그 속에 숨어 있다. 그래서 은퇴는 더욱 외롭다. 집단에 소속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노동의 즐거움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눈물 나도록 외롭다’는 사실이다. 어제 진 태양은 오늘 다시 떠오르지만, 은퇴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갈 곳이 없다. 이럴 때마다 다산 선생의 '독립'이란 시를 기억하며 혼자 웃는다. '대지팡이 짚고 절간에나 노닐까 생각다가 그냥 두고 작은 배로 낚시터나 가볼까 생각하네 아무리 생각해도 몸은 이미 늙었는데 작은 등불만 예정대로 책 더미에 비추네' 곰..